

2025 워라밸 대전! 정책토론회
워라밸 대전! 지속가능한 대전과 청년 정주요건 조성

“워라밸은 ‘시간’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대전 청년 정주, 일·생활 균형 넘어 ‘돌봄·일자리 선순환’이 관건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대전의 청년 정주 문제를 ‘워라밸(일·생활 균형)’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보는 정책토론회(좌장 이금선 위원장, 교육위원회)가 지난 12일 대전광역시의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제도 도입을 넘어, 부모 돌봄 부담, 양질의 일자리 부족, 산업 구조의 한계 등 대전 청년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대전광역시의회가 주최하고 교육위원회(이금선 위원장)와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워라밸 대전! 지속가능한 대전과 청년 정주여건 조성’을 주제로, 연구자·청년·현장 기업·행정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현실 진단과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청년의 워라밸을 무너뜨리는 것은 부모 돌봄 부담”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류유선 대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청년의 워라밸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돌봄’, 특히 부모 돌봄을 지목했다. 류 연구위원은 “워라밸 논의가 여전히 노동시간과 직장 문화에 머물러 있지만, 실제 청년의 삶을 제약하는 요인은 부모 돌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대전의 인구 구조 속에서, 청년기와 부모의 고령기가 겹치며 청년이 병원 동행, 의료비·생활비 지원, 정서적 돌봄을 떠안는 상황이 이미 일상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조사 결과, 돌봄이 필요한 부모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를 훌쩍 넘었으며, 이 집단에서 취업·이직·경제활동 지속이 어렵다는 응답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여성 청년의 부담은 더욱 컸다. 건강관리, 자기계발, 여가, 돌봄 영역에서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2~3배 높게 나타났고, 초과근로 경험과 워라밸 체감도 역시 가장 낮았다. 류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제도는 있는데 쓰지 못한다”… 워라밸의 현실
발제에서는 대전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한 일·생활 균형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조사에 따르면 시민 대다수는 워라밸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가족돌봄 휴가·휴직 제도에 대해서는 인지도 자체가 낮았고, 특히 20대의 절반 이상은 제도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체인력 부족, 상사·동료의 눈치, 무급 구조 등이 꼽혔다. 반면 제도가 유급으로 전환될 경우,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류 연구위원은 “청년 정책은 더 이상 일자리·주거·자녀 양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부모 돌봄과 자기 돌봄을 포괄하는 통합적 워라밸 정책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전에 일·생활 균형을 전담하는 부서와 지원센터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광역 차원의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좋은 일자리가 없으면 워라밸도 없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박상철 지역고용네트워크 박사는 워라밸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강조했다. 박 박사는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대전에 과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 충분한가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은 대기업과 앵커기업이 부족하고, 영세기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임금 수준은 전국 평균과 인근 도시보다 낮고, 청년들이 체감하는 기회 비용은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외부 지역으로 취업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산업 성장 둔화와 인재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박 박사는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단기 취업 지원이 아니라, 청년이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전의 전략 산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인력 양성·채용·정착까지 이어지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장의 목소리 “정책은 많은데 체감은 부족”
이어진 토론에서는 청년 당사자와 현장 기업, 청년 중간지원조직의 현실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종배 위원(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은 “대전의 도시 이미지와 정책 사업은 늘었지만, 청년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체감도 중심의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우수정 전 대전청년센터 센터장은 가족돌봄청년과 은둔청년 문제를 언급하며 “이들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단기 일경험 사업의 한계, 장기근속을 가로막는 구조, 1인 가구 증가에 비해 미흡한 정책 대응도 함께 문제로 제기됐다.
건설 기업을 운영하는 신현옥 대표(신우건설이엔지(주))는 워라밸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 채용이 쉽지 않다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없다”며,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기업 채용 분야 매칭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지역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청년 정주는 연결의 문제”
토론회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청년 정주와 워라밸은 단일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일자리·돌봄·주거·복지가 연결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도는 있으나 쓰지 못하는 현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산업 구조와 사람과 일자리의 매칭, 새로운 청년 취약계층의 등장 등 복합적인 문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대전이 ‘젊은 도시’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정주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기 사업 중심의 정책을 넘어 청년의 실제 삶을 기준으로 한 장기적·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